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의미를 소비한 순간 – 친환경 제품이 일상에 준 진짜 만족

by bella001 2025. 5. 21.

요즘은 단순히 '필요해서' 사는 물건보다, 나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는 소비에 더 마음이 갑니다. 누군가는 가격 대비 성능을 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갑을 여는 방향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를 자주 떠올리게 됐습니다.

특히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는 이 질문이 더 깊어졌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면서, ‘친환경 제품’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경험한 의미 있는 소비, 그중에서도 친환경 제품을 중심으로 한 작지만 중요한 변화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의미를 소비한 순간 – 친환경 제품이 일상에 준 진짜 만족
의미를 소비한 순간 – 친환경 제품이 일상에 준 진짜 만족

친환경 주방세제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아이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바꾼 건 주방세제였습니다. 기존에 쓰던 제품은 세척력은 좋지만, 화학 성분이 많다는 후기를 보고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조금 더 비싸더라도 EWG 그린 등급 원료로 만든 친환경 세제로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이 세제를 처음 쓸 때는 “정말 기름이 잘 빠질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니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헹굼 후에도 잔여감이 거의 없고, 향도 인공적이지 않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아이 식기를 씻을 때마다 “이건 안전한 거니까 괜찮아”라는 안심이 생겼고, 그 작은 안심이 쌓여서 ‘잘하고 있다’는 부모로서의 자존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조금 더 비싼 선택'이었지만, 매번 세제 리필할 때마다 느끼는 가치 있는 만족감은 그 가격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플라스틱 없는 욕실 만들기 – 비누 하나로 시작한 변화

두 번째 변화는 욕실용품에서 시작됐습니다. 샴푸와 바디워시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제품이 아닌, 고체 형태의 샴푸바와 천연비누로 바꾸는 시도였습니다.

처음 샴푸바를 손에 들었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어요. "거품이 제대로 날까?" "머릿결이 뻣뻣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자연유래 성분이 들어간 샴푸바는 생각보다 사용감이 좋았고, 두피 트러블도 줄어들었습니다.

플라스틱 없이 포장된 제품을 쓸 때마다 느끼는 가벼운 책임감과 뿌듯함,
욕실 선반에 늘어놓은 심플한 비누와 바의 조합이 주는 시각적 만족감,
이 모든 것이 ‘의미 있는 소비’의 형태였습니다.

게다가 이런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저는 재사용 가능한 면 화장솜, 대나무 칫솔, 스테인리스 면도기 같은 제품으로 하나씩 교체하기 시작했어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실감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일회용을 줄이는 주방 – 실리콘 지퍼백과 대나무 키친타월의 등장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더 고민하게 된 건,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서였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찬통을 꺼내고, 남은 재료를 랩에 싸고, 냉동실에는 일회용 지퍼백이 쌓였습니다. 물론 모두 ‘편리함’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사용하고 바로 버려지는 것들을 보며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특히 지퍼백은 육아에서 너무 자주, 너무 자연스럽게 쓰이더라고요. 쪄놓은 브로콜리, 나눠둔 떡, 갈아놓은 과일까지… 작게 나눈 재료들을 보관하기엔 이만한 게 없다 생각했지만, 매번 쓰고 버릴 때마다 “이건 아이에게 남기고 싶은 습관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실리콘 지퍼백을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첫 느낌은 조금 어색했습니다. 지퍼가 뻑뻑하게 느껴지고, 냄새가 배지 않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몇 번만 사용해보니, 오히려 세척이 간편하고 내부 내용물도 더 잘 보이더라고요. 전자레인지와 식기세척기 모두 사용 가능해서 바쁜 육아 중에도 부담이 크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지퍼백을 버릴 때 느꼈던 그 불편한 마음이 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건 버리지 않고 오래 쓸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자, 작지만 의미 있는 습관 하나가 자리 잡은 것 같아 뿌듯함이 컸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바꿔 본 또 하나는 키친타월입니다.
아이의 손과 입을 닦거나, 흘린 음식을 닦을 때 무의식적으로 종이 타월을 사용하는 횟수가 정말 많았는데요, 이를 재사용 가능한 대나무 키친타월로 바꾸면서 사용 습관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장씩 뜯어 쓰는 형태이지만 세탁이 가능하고, 두세 번 정도 빨아 쓸 수 있어서 실제로는 한 롤로 수십 번을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아이 이유식 그릇을 닦고, 싱크대를 정리하면서 이 타월을 사용할 때마다 “지금 나는 쓰레기를 줄이고 있구나” 하는 작은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것이 주는 자부심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솔직히 일반 일회용 제품보다 처음 구매 비용이 높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면서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과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자기 확신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준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둘 바꾸다 보니, 소비는 줄었지만 생활의 질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안정감, 그리고 내 소비가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뿌듯함이 육아의 번잡한 하루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지구와 함께 살고 있다는 감각 – 소비가 말해주는 삶의 태도

소비는 결국 ‘선택’이고, 그 선택은 나의 삶의 태도를 반영합니다.
예전에는 제품을 살 때 가격과 브랜드 이미지만을 보았다면, 지금은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제조 과정에서 어떤 환경 영향을 미쳤는지, 포장재는 재활용 가능한지를 자연스럽게 확인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엔 친환경 세탁 세제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어요. 재사용 가능한 유리 용기에 담긴 세제를 배송받고, 다 쓰면 빈 용기를 반납하는 시스템인데요. 처음엔 귀찮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매달 세제를 받을 때마다 '내가 쓰는 물건이 누군가의 노동을 덜어주고, 지구를 조금 덜 아프게 한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또 아이 옷을 고를 때도 천연소재의 국내 소규모 브랜드를 일부러 찾아보게 됐고, 장난감도 플라스틱 대신 원목 제품을 선택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런 선택 하나하나가 가족에게 좋은 환경을 남기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돌아옵니다.

물론 모든 소비를 친환경적으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로는 편리함이나 가격을 우선으로 선택해야 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전체 소비 중 단 30%만이라도 ‘의미’를 기준으로 바꾼다면, 그것은 분명히 세상을 바꾸는 한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친환경 소비는 결국 나를 위한 일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 지구를 위해 시작한 소비였습니다. 그런데 그 소비가 어느 순간 저 자신을 위한 것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쓰는 것이 단지 ‘착한 소비자’가 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조금 더 안심하고, 조금 더 떳떳하고, 조금 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삶의 방식이 된 것입니다.

의미를 담은 소비는 불편할 수도, 비용이 더 들 수도 있지만,
그 소비가 주는 심리적 만족감은 일반 제품에서 얻을 수 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의미를 소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커서 이렇게 물을 날이 오면,

“엄마는 왜 이런 걸 쓰는 거야?”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엄마는 너랑, 지구랑, 같이 잘 살고 싶어서 그래.”

작은 친환경 소비가, 여러분의 일상에도 따뜻한 의미로 자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