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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감각하는 새로운 방식 – 아날로그 시계와 종이 다이어리가 준 변화

by bella001 2025. 5. 29.

요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스마트폰을 켰다가 5분만 봐야지 했는데, 어느새 30분이 지나 있고,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밀려 있습니다. 반복되는 알림, 스크롤 중독, 시간 감각의 마비…. 우리 삶이 점점 ‘디지털 리듬’에 의해 조정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그런 삶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결심했습니다. 내 시간을 다시 ‘내 손’으로 감각하기로요. 디지털 기기의 편리함을 잠시 내려놓고, 나만의 시간 감각을 회복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아날로그 시계와 종이 다이어리로의 전환이었습니다. 단순히 장비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하루의 리듬, 삶의 우선순위, 내 존재에 대한 인식까지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이 작은 소비가 어떻게 ‘삶의 속도’를 되돌리고, 나만의 페이스를 회복시켜주었는지, 하나씩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시간을 감각하는 새로운 방식 – 아날로그 시계와 종이 다이어리가 준 변화
시간을 감각하는 새로운 방식 – 아날로그 시계와 종이 다이어리가 준 변화

 

디지털 시계가 놓치고 있는 것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시간을 숫자로만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스마트폰이나 전자시계는 아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알려주지만, 오히려 시간이라는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회의 시간 알림, 약속 시간, 일정 체크까지 모든 걸 디지털로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흘러가버리고 맙니다. 그 사이에 내가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살았는지, 어떤 리듬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지 돌아볼 여유는 사라지곤 했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아날로그 시계를 차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덜 보게 되니까 집중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였지만, 생각보다 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초침이 한 칸씩 움직이는 걸 눈으로 직접 보는 경험, 짧은 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감지하는 느낌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단순한 효율이나 빠름보다, 시간이라는 흐름 그 자체에 민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시계는 시간을 잘게 쪼개서 보여주지만, 아날로그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마치 삶의 리듬을 다시 감각하는 것 같았어요.

 

아날로그 시계를 차고 다닌 이후로 저는 스마트폰을 꺼내는 횟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시간을 확인하러 폰을 열었다가 메시지 확인하고, 인스타 보고, 뉴스 보다가 10분을 소비하던 이전의 루틴이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집중해야 할 회의나 독서 시간, 아이와 보내는 시간 동안에도 더 몰입할 수 있었고요. 단순한 시계 하나가 생활 전체의 질을 이렇게 바꿔줄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종이 다이어리가 되살려준 시간 감각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캘린더 앱은 분명 편리합니다. 알림도 뜨고, 공유도 쉽고, 반복 일정 설정도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 삶이 너무 '기계적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정은 빽빽한데 그 일정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점점 무뎌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꺼내든 것이 종이 다이어리였습니다. 두꺼운 커버에 날짜가 인쇄된 페이지들, 여백이 많은 공간. 거기 하나하나를 제 손으로 채워나가는 느낌이 정말 새로웠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만 적는 게 아니라, 아침의 기분, 느낀 점, 저녁에 감사한 일 한 가지씩 써보면서 '시간을 관리하는 도구'가 아닌 '시간을 감각하고 기억하는 기록지'로 다이어리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는 생각보다 강력한 몰입감을 줍니다. 키보드로는 흘려보낼 수 있었던 생각들도, 손글씨로는 한번 더 마음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겠죠. 글씨체가 삐뚤빼뚤하더라도 그 안에는 제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때론 다이어리 한 페이지가 저 자신을 다독여주는 친구 같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다이어리를 쓰면서부터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 되었어요. 일정을 계획할 때도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실제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가'를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됩니다. 하루가 길어지고, 밀도 있어졌다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또한 디지털 툴은 삭제와 수정이 쉬운 만큼, 책임감이 덜 따릅니다. 그러나 종이에 적은 계획은 왠지 더 지키고 싶어지고, 지키지 못했을 때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 무게가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되기도 했습니다. 꾸준히 다이어리를 쓰다 보니 제 삶의 우선순위가 선명해지고, 하고 싶은 일과 꼭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기준도 더 명확해졌습니다.

 

삶의 리듬을 다시 조율하다

아날로그 시계와 종이 다이어리를 사용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바로 '삶의 리듬'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식으로 하루가 흘러갔습니다. 알람이 울리면 움직이고, 메시지가 오면 반응하고, 캘린더 알림에 따라 다음 행동을 하곤 했죠. 하지만 이제는 제가 제 시간을 조금 더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하루를 시작할 때 다이어리에 계획을 적고, 시계를 보며 시간을 감각하는 이 루틴은 일상을 구조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10분만 투자해도 그날의 리듬이 완전히 달라지고, 그런 하루가 모이면 한 주, 한 달의 밀도도 달라지더군요. 거창한 도전은 아니지만, 내 삶을 다시 설계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변화가 결코 큰 돈을 들인 소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날로그 시계 하나, 종이 다이어리 한 권. 하지만 이 두 가지가 가져다준 효과는 단순한 기능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저는 시간을 단지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다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건 결코 디지털 툴이 제공하지 못하는 감각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소소한 변화는 가족과의 대화입니다. 저녁 시간, 다이어리를 쓰는 제 모습을 보고 아이가 "오늘 엄마는 뭐 썼어?" 하고 묻곤 합니다. 그럼 저는 아이에게도 하루 중 좋았던 일을 물어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됩니다. 시간을 중심으로 한 감정 교류가 늘어난 거죠. 시간은 곧 사람이고, 관계이며, 삶 그 자체라는 걸 이 소비를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간

스마트폰과 디지털 도구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삶에서, 아날로그 시계와 종이 다이어리는 분명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 오히려 본질이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편리해진 세상에서 놓치고 있던 감각, 나만의 속도, 하루하루의 무게를 다시 찾고 싶었던 저에게 이 소비는 단순한 구매가 아니었습니다.

 

아날로그의 도구들이 제게 알려준 건, 결국 삶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깨어 있고 싶다면, 그 시간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감각하고, 기억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시간은 더 이상 나를 재촉하지 않고, 나와 함께 걸어주는 동반자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혹시 지금 당신도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면, 한번 시계를 바꿔보시고, 다이어리를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시간과 다시 친해지는 방법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