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시간을 사고 체력을 산다는 말 다들 들어보셨을까요?
전 돈으로 시간과 체력을 살 수 있다면, 그 또한 가치있는 소비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부터 '편함'을 넘어 삶의 여유를 가져다 준 소비에 대한 저의 경험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편리함 이상의 가치 – 일상의 무게를 덜어주는 소비
"저녁마다 집안일 하다 하루가 다 간다."
바쁜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해보셨을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퇴근 후엔 늘 '일과 집안일 사이에서 끼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간단한 청소부터 시작해서 빨래 돌리고 널고 개고, 저녁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하다 보면 어느새 밤 11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소파에 앉을 여유도 없이 눈을 붙이는 날이 다반사였지요.
그러다 어느 날, 친구가 말했습니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있어. 그게 진짜 삶의 여유야."
그 말에 자극을 받아 하나둘씩 '시간을 절약하는 소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사치 아닐까?’ ‘게을러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소비들은 제 삶을 훨씬 더 단단하고 넉넉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경험한 대표적인 세 가지 소비 – 로봇청소기, 배달 음식, 그리고 세탁 대행 서비스가 어떻게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제 삶의 질을 높여주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로봇청소기·배달·세탁 대행: 시간은 어떻게 여유로 바뀌는가
🧹 로봇청소기 – 내 집의 ‘작은 집사’
로봇청소기를 처음 샀을 때는 사실 반신반의했습니다. 비싼 돈 주고 사서 제대로 구석구석 청소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사용 첫날부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외출 전 스마트폰으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집에 돌아왔을 때 바닥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털 날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어서 더더욱 유용했죠.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청소를 위한 마음의 부담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엔 “청소 언제 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었어요.
하지만 로봇청소기를 들인 뒤로는 그 부담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그 여유로 저는 하루 20~30분의 ‘진짜 쉬는 시간’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직접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 배달 음식 – 게으름이 아닌 자기 돌봄
요즘 배달 음식에 대한 시선은 엇갈리곤 합니다. "요리도 못 하냐", "비싸기만 하다"는 말도 들리죠.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친 몸으로 장 보고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가끔의 배달 음식은 제 건강과 여유를 위한 투자라고 느껴집니다.
물론 매일같이 배달만 먹는 건 부담이 되지만, 피곤이 몰려오는 날, 가스 불 켜는 것조차 버거울 때, 맛있는 한 끼가 집 앞으로 찾아오는 건 큰 위안이 됩니다.
그 시간을 운동하거나, 책을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쉬는 데 쓴다는 것이 결코 헛된 소비가 아니란 걸 저는 점점 배우고 있습니다.
🧺 세탁 대행 – 빨래 너는 일에서 해방되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건 세탁 대행 서비스입니다.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매주 빨래 돌리고 널고, 건조하고, 개는 데 드는 시간과 공간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옷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계절엔 세탁 스트레스가 배가 되더라고요.
어느 날, 광고를 보고 처음으로 세탁 대행을 신청했습니다. 집 앞으로 옷을 가져가고, 몇 시간 후에 정리된 상태로 다시 갖다주는 서비스였죠. 처음 받아본 빨래 꾸러미는 단순히 개켜진 옷 그 이상이었습니다.
제게는 숨 고를 수 있는 하루를 선물해주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여유 있게 친구와 통화도 하고, 오랜만에 넷플릭스 드라마도 한 편 볼 수 있었습니다.
‘귀찮음을 줄이기’가 아닌 ‘삶을 확장하기’ 위한 선택
처음에는 솔직히 ‘귀찮음을 피하려는 소비’라고 여겼습니다. 로봇 청소기 하나 들여놓고, 식기세척기를 설치하고, 빨래 수거·세탁·건조·배송까지 한 번에 해주는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을 때만 해도, 단지 번거로운 일을 덜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흐르자 깨달았습니다. 내가 산 것은 편리함을 넘어 ‘확장된 하루’였다는 사실을요.
하루 30분씩 바닥을 돌보고, 40분씩 설거지를 하고, 1시간씩 빨래를 널고 개키던 시간을 합치면, 일주일에 꼬박 6~7시간을 ‘집안일’이라는 한 항목에 몰아 넣고 있었더군요. 시간이 생기자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여유가 생기자 “이 시간을 어떻게 채울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청소 대신 10분 스트레칭으로 뭉친 등 근육을 풀고,
설거지 대신 가족과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나눴고,
빨래 대신 아이와 손잡고 동네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이 작은 변주는 하루라는 공간을 넓고 깊게 쓰는 법을 알려 주었고, 반복될수록 제 삶의 밀도를 달라지게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못 해”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시간은 조금의 비용을 들이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숨은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서비스 비용은 결코 가벼운 숫자가 아니지만, 저는 그것을 ‘밸런스 회복 비용’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기계와 사람의 손을 빌려 생긴 여유 시간에 저는:
필요한 업무를 더 집중도 있게 마무리하고,
친구의 안부를 여유롭게 물으며 관계를 돌보고,
무엇보다 “나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시간을 사는 소비’는 결국 에너지 배치와 삶의 방향성을 스스로 조절하게 해 줍니다. 어떤 날은 집중 근육을 충전해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또 어떤 날은 마음을 흩뜨리지 않고 조용히 돌보는 명상 시간으로, 그리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지치지 않게 만드는 완충 지대로 쓰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모든 선택에는 우선순위가 필요합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 고정비 지출 내역을 살펴보며 “이 서비스가 내 시간을 정말로 건강하게 확장해 주고 있는가?”를 점검합니다. 만약 값은 싸지만 마음의 짐을 늘리는 소비라면 과감히 줄이고, 비용이 크더라도 삶의 질을 명확히 끌어올려 주는 소비라면 유지하거나 더 투자합니다. 그렇게 조정한 결과, 제가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이 줄어든 삶입니다.
결국 귀찮음을 줄이는 소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그 시작이 제 하루를 확장했고, 확장된 하루는 제 마음과 관계와 꿈까지 확장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이건 사치 아닐까?” 하고 망설이는 서비스나 도구가 있다면, 그 비용이 만들어 줄 ‘남는 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한 번 계산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시간이 여러분의 삶을 얼마나 넓게, 깊게 만들어 줄지는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모를 테니까요.
마무리하며 – 나를 더 살게 해주는 소비
저는 이제 소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무언가를 사는 것’에서 ‘무언가를 덜어내는 것’으로,
‘소유를 위한 소비’에서 ‘삶의 균형을 위한 소비’로 말이죠.
로봇청소기, 배달, 세탁 대행이 제게 가져다준 것은 단순히 ‘편리함’이 아니라 삶을 다시 내 손에 쥐게 해주는 감각이었습니다.
누구나 하루 24시간을 살아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내가 왜 이렇게 바쁘지?” “왜 쉬는 시간이 없지?” 하는 생각이 드신다면, 한 번쯤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나는 지금 어떤 일을 내려놓고 싶은가?”
“그 일을 누군가에게 맡길 수 있다면, 나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시간을 사는 소비’의 시작점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 나를 조금 더 여유롭게, 건강하게, 따뜻하게 해주는 소비.
그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지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