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치 있는 소비. 그중 하나는 단연 배움에 대한 소비가 아닐까 싶은데요.
제가 느낀 책, 미술 강의 등에서 얻은 투자 대비 가치(ROI)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배움이 낭비라고 느껴졌던 시절
한때 저는 배움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던 사람이었습니다.
책은 사놓고 읽지 않고, 강의는 수강 신청만 해두고 중간에 포기하곤 했습니다.
‘이걸 배워서 어디다 써먹을 수 있을까?’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에 치이는 직장인으로 살다 보니,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게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퇴근 후에는 단지 쉬고 싶었고, 주말엔 잠이나 자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날들이 반복될수록 제 삶이 점점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계속 가도 괜찮을까?’ 하는 물음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고, 저는 조금씩 새로운 것을 배워보려는 시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취미였지만, 그 안에서 제가 놓치고 있던 삶의 에너지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결국 지금의 커리어 전환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경험한 몇 가지 배움의 소비와, 그로 인해 얻게 된 변화에 대해 나눠보려고 합니다. 특히 무형 지식에 대한 투자가 어떻게 삶의 방향을 바꾸었는지를, ROI(투자 대비 가치)의 관점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책 한 권, 강의 한 회차가 바꾼 시선과 방향
📚 책 읽기의 변화 – 정보가 아닌 ‘관점’을 얻다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소비 중 하나는 바로 책입니다.
예전에는 책을 읽으면 뭔가 유익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정보’보다는 ‘관점’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었을 때, 저는 단순히 자기계발적 메시지를 얻은 게 아니라,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가 삶을 바꾸는 핵심이라는 생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후 인간관계, 업무 스타일, 말투까지도 조금씩 바뀌게 되었고, 더 이상 모든 것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책 한 권의 가격은 1~2만 원 정도이지만, 거기서 얻은 생각의 확장은 값으로 따지기 어려울 만큼 컸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 사고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겠지’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독서에 투자한 비용이 얼마나 값진 소비였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 문화센터 미술 강의 – 업무 너머의 나를 발견하다
직장 생활에 지쳐 있던 어느 겨울, 우연히 동네 문화센터에서 미술 기초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림은 잘 못 그리지만, 색을 칠하는 시간이 나를 편안하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기대에서 시작한 수업이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연필과 붓을 들고 한 시간 반을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생기자 신기하게도 평일의 스트레스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제가 ‘일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무언가를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경험은 제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획서에 이미지 활용이 늘었고, 표현력도 풍부해졌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얻은 시각적 감각과 색에 대한 이해는 나중에 제가 콘텐츠 기획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이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 수강료는 3개월 기준으로 약 20만 원 정도였지만, 그 투자로 인해 얻은 자기이해, 스트레스 해소, 커리어 확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투자 비용보다 더 큰 수익 – 무형 지식이 만든 커리어 전환기
많은 분들이 “배움에 돈 쓰는 건 사치다” 혹은 “당장 돈이 되는 게 아니면 아깝다”고 말씀하십니다. 저 역시 사회 초년생 시절엔 학원비나 세미나 참가비를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이 돈이면 맛있는 저녁을 몇 번이나 먹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제 커리어의 핵심 전환점마다 ‘무형 지식’에 대한 투자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독서 모임과 미술 강의 외에도, 저는 온라인 글쓰기 강의 하나를 꽤 큰 결심으로 신청했습니다. 수강료는 15만 원. 월급이 빠듯했던 그 시절엔 적지 않은 금액이었고, “내 글을 누가 읽어 줄까?” 하는 두려움도 컸습니다. 그런데 6주간의 과제를 성실히 제출하며 피드백 루틴을 몸에 익힌 결과, 글을 쓰는 행위가 더 이상 ‘영감이 올 때만 하는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주 2회, 500자 이상이라는 단순한 목표를 지키다 보니, 꾸준함 자체가 실력이 되어 가는 걸 체감했습니다.
수료 후 저는 블로그를 만들었고, ‘매주 한 편’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몇 달 뒤 한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육아·라이프스타일 분야의 프리랜서 기고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우연히 보고 원고 샘플을 보냈습니다. 놀랍게도 첫 제휴 글이 채택되어 소정의 원고료를 받았습니다. 15만 원 강의료는 단 두 달 만에 회수됐고, 이후 SNS 광고 글, 브랜드 브로슈어 기획, 온라인 강좌 대본까지 의뢰가 이어졌습니다. 숫자로 환산 가능한 ROI를 굳이 따지자면, _“매달 20만 원 이상의 수익이 강의비를 넘어 10배, 20배로 증폭된 셈”_이었죠.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배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제 삶의 기본값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엔 주어진 업무에 맞춰 살아가는 ‘일에 끌려가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배우고, 시도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글쓰기를 시작으로 얻은 자신감이 UX 라이팅 세미나, 브랜드 스토리텔링 워크숍으로, 그리고 지금은 파이썬 데이터 분석 강의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니까요.
무형 지식은 눈에 보이는 자산처럼 잔액이 찍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몸에 밴 사고 방식과 습관은 복리처럼 쌓여 새로운 기회를 끌어오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길을 보여 줍니다. 저는 그 길 위에서 더 큰 프로젝트를 선택할 용기를 얻었고, ‘나답게 일하기’라는 장기 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 “배움에 드는 비용이 아깝다”고 망설이고 계시다면, 이렇게 자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투자가 내 미래의 가능성을 얼마나 넓혀 줄까?”
당장의 수익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답은 NO일지 모르지만, 삶 전체의 지평을 확장해 주는 배움이라면 그 가치는 숫자로 다 담기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작은 강의 하나로부터 시작해, 지금은 프리랜서 콘텐츠 기획자라는 새로운 커리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씨앗은, 사람들이 흔히 ‘무형’이라 부르는 지식에 대한 작은 결제로부터 싹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확신합니다.
결국 지식에 대한 투자는 ‘당장’보다 ‘언젠가’의 확실한 나를 위한 예금과도 같습니다. 오늘의 작은 배움이 내일의 큰 도약이 되길, 그리고 그 첫걸음을 고민 중이신 분들께 이 경험이 작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마치며 – 배움은 결국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
배움에 투자한다는 건 단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확장하고, 새롭게 살아가려는 선택입니다.
어쩌면 무형의 지식이기 때문에 더 오래 남고, 더 강하게 삶을 변화시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지금 “이 강의 들어도 될까?”, “책 한 권 살까 말까?” 고민하고 계시다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배움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지 오늘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분명히 당신 삶의 어디선가 빛을 낼 것입니다.
투자 비용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을 안겨주는 소비,
그건 바로 ‘배움’에 대한 소비일지도 모릅니다.